튀니지 중부의 도로는 지루할 만큼 한결같습니다. 낮게 깔린 집들, 메마른 적갈색 흙, 은빛으로 뒤척이는 올리브 이파리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 단조로움이 한참 흐른 뒤, 앞쪽에서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는 돌의 윤곽이 불쑥 솟아오릅니다. 인구 2만 명 남짓한 작은 도시 한복판에, 로마 본토의 콜로세움에 버금가는 원형경기장이 서 있습니다. 이 어울리지 않음 — 그것이 엘 젬이라는 장소가 지닌 첫 번째 수수께끼입니다.

엘 젬 원형경기장 내부의 아레나와 세 층 관중석
사방이 한 점을 향해 기울어진 관중석. 약 3만 5천 명을 수용했다고 전해진다.

올리브 기름이 낳은 부

지금의 엘 젬은 고대에 티스드루스(Thysdrus)라 불렸습니다. 로마 제국 아프리카 속주의 이 도시를 살찌운 것은 다름 아닌 올리브였습니다. 주변 평원 일대가 올리브밭으로 뒤덮였고, 짜낸 기름은 해안의 항구로 실려 지중해 곳곳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2세기에서 3세기에 걸쳐 티스드루스는 속주에서도 손꼽히는 부유한 도시가 됩니다. 거리에는 저택이 늘어섰고, 그 바닥은 정교한 모자이크로 장식되었습니다. 쌓이고 쌓인 부가 다다른 정점이 바로 도시 한복판에 세운 이 원형경기장이었습니다. 길이 약 148미터, 너비 약 122미터, 높이 약 36미터, 세 층으로 쌓아 올린 아치. 작은 지방 도시가 감당하기에는 지나칠 만큼 야심 찬 규모였습니다.

3주짜리 황제 — 238년의 반란

경기장 건설이 시작된 것은 3세기 전반, 서기 238년 무렵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바로 이 해에 티스드루스는 제국 역사의 무대에 딱 한 번, 극적으로 등장합니다.

무거운 세금에 반발한 지역 유력자들이 봉기해, 당시 아프리카 속주 총독이던 노년의 고르디아누스 1세를 황제로 옹립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즉흥적인 반란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고르디아누스 1세의 치세는 겨우 3주 남짓. 제국의 한 귀퉁이에서 타오른 불꽃은 그렇게 빠르게 사그라졌습니다.

도시가 품었던 야심이 정치적 반란으로 터져 나온 바로 그 시기에, 이 거대한 돌의 무대도 함께 쌓아 올려지고 있었습니다.

반란의 실패는 도시의 운명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원형경기장은 끝내 완공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보는 웅장함은 완성된 승리의 기념물이 아니라, 도중에 멈춰 선 미완의 거인입니다. 어쩌면 그 미완성이야말로, 엘 젬을 더 오래 마음에 남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아레나와 그 아래의 어둠

안으로 들어서면 타원형의 아레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발밑은 다져진 흙, 머리 위로는 세 층의 아치가 하늘을 둥글게 감쌉니다. 그러나 이 경기장의 진짜 심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아레나 중앙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아레나 바닥 아래로 긴 지하 통로가 뻗어 있습니다. 맹수와 검투사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대기하던 공간입니다. 함성이 지붕처럼 쏟아지던 순간, 이 어둠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이들의 긴장을 벽의 서늘함이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위층 관중석에 오르면 반대로 시야가 트이며, 담장 너머 올리브 평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무대와 지하와 관중석, 세 개의 세계가 층을 이룹니다.

바닥에 그려진 로마의 일상

경기장에서 조금 걸으면 엘 젬 고고학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에 늘어선 모자이크는 본래 티스드루스 저택들의 바닥이었습니다. 즉 여기 전시된 것은 미술품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집을 채운 일상의 풍경입니다.

경기장에서 ‘무엇이 벌어졌는지’를 본 다음, 그 관중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본다. 이 순서로 돌면 고대 티스드루스가 단숨에 입체적으로 되살아납니다. 사냥 장면, 계절, 신화 속 인물들 — 바닥에 그려진 이 그림들이 텅 빈 아레나에 사람의 온기를 다시 채워 줍니다.

돌이 노래로 울리는 여름밤

1979년, 엘 젬 원형경기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카르타고 유적군과 튀니스의 구시가지(메디나)도 함께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튀니지가 품은 로마·지중해 유산의 두터운 층을 잘 보여 줍니다. ‘아프리카의 콜로세움’이라는 별명은 이 규모와 보존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붙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7월에서 8월, 이 유적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줍니다. 원형경기장을 무대로 ‘엘 젬 국제 교향악 음악제’가 열리는 것입니다. 해가 지고 돌이 식은 뒤, 조명이 밝혀진 아치 아래에서 오케스트라가 울립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명통이 된 듯한 그 울림은, 어떤 콘서트홀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검투의 함성이 스미던 돌이 이제는 현악의 선율을 되울려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엘 젬은 왜 ‘아프리카의 콜로세움’이라 불리나요?

로마 본토의 콜로세움에 버금가는 규모로, 약 3만 5천 명을 수용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외벽과 관중석, 지하 통로의 보존 상태가 좋아 로마 원형경기장의 모습을 오늘까지 생생히 전합니다.

경기장이 미완성이라는 게 사실인가요?

네. 3세기 전반에 착공되었으나 끝내 완공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세 층의 아치가 거의 온전히 남아, 미완의 상태로도 압도적인 규모를 보여 줍니다.

여름에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여름 한낮은 더위가 심하지만, 개장 직후 이른 시간에 관람하고 밤에는 음악제를 즐기는 식으로 하루를 나누면 오히려 가장 인상 깊은 계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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