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니스 근교의 소란이 뒤로 물러나고 내륙으로 접어들면, 밀과 올리브가 물결치는 골짜기가 열립니다. 그 골짜기를 굽어보는 언덕 비탈, 아침 햇살이 코린트식 기둥 열의 옆구리를 비스듬히 훑는 자리에 두가가 있습니다. 처음 언덕을 오르는 사람은 대개 같은 착각을 합니다 — 저 신전 하나를 보러 왔다고. 그러나 몇 걸음 더 오르면 알게 됩니다. 여기 남은 것은 신전 한 채가 아니라 도시 한 채라는 것을.
도시 그 자체가 남았다
두가가 특별한 이유는 규모가 아니라 완결성입니다. 이천 년 전 이곳에는 수천 명이 살았습니다. 그들은 포장된 길을 걷고, 광장에서 흥정을 하고,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목욕탕에서 하루의 땀을 씻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일상의 그릇’이 언덕의 기복을 따라 거의 그대로 남았습니다. 신전과 극장은 물론, 시장과 공중목욕탕, 여러 좌석이 나란한 공중화장실까지. 그래서 두가는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도시로 꼽힙니다. 1997년, 유네스코는 이 언덕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관람이 아니라 산책이다. 두가에서는 유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걷는다.
언덕의 심장, 카피톨리움
비탈을 오르다 유난히 높은 기둥 열이 시야를 채우면, 그곳이 카피톨리움 신전입니다. 서기 166~167년 무렵에 세워져 로마의 최고신 유피테르와 그의 아내 유노,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 — 이른바 카피톨리누스 삼주신에게 바쳐진, 도시의 중심이었습니다. 정면의 벽과 기둥은 이천 년 가까운 세월을 견디고도 거의 온전합니다. 높이 솟은 기둥 아래에 서면 목이 저절로 젖혀집니다. 당시 사람들이 이 신전을 우러렀을 때의 감각이, 각도까지 그대로 몸에 옮겨 오는 듯합니다. 두가를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 정면입니다.
로마보다 오래된 기억 — 누미디아의 영묘
그러나 두가의 시간은 로마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로마가 오기 전, 이 땅은 누미디아인의 도시였습니다. 그 기억을 오늘까지 전하는 것이 언덕에 선 리비아·페니키아 양식의 영묘입니다. 기원전 2세기 무렵의 것으로 높이는 약 21미터. 로마 이전 북아프리카의 건축이 이토록 온전하게 남은 예는 극히 드뭅니다.
이 영묘가 학문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데에는 한 비문이 있습니다. 리비아 문자와 페니키아 문자를 나란히 새긴 비문 덕분에, 오래 미해독이던 고대 리비아 문자를 풀어내는 결정적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돌 하나가 사라진 언어를 되살린 셈입니다. 두가에서는 이렇게, 로마의 웅장함과 그보다 오래된 토착의 기억이 같은 언덕 위에서 어깨를 맞댑니다.
가장 소박한 것까지 남았다
카피톨리움 둘레에는 로마 도시의 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습니다. 서기 168~169년 무렵에 세워진 극장은 약 3,500명을 수용했고, 맨 윗줄에 앉으면 무대 너머로 골짜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곁으로 광장과 시장, 공중목욕탕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방문객이 뜻밖에 오래 발을 멈추는 곳은 화려한 신전이 아니라, 여러 좌석이 줄지어 놓인 공중화장실입니다. 로마인에게 그 자리는 볼일을 보는 곳이자 동시에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의 장이었습니다. 삶의 가장 소박한 부분까지 남아 있다는 점에, 두가만의 사실감이 있습니다.
붐비지 않는다는 사치
이만한 유산치고 두가는 조용합니다. 이름난 명소를 이렇게 여유롭게 걷는 일은 드뭅니다. 개장 직후 이른 시간에 들어서면, 언덕을 건너는 바람 소리와 돌 밟는 발소리만 남습니다. 카피톨리움 정면을 배경으로 아무도 없는 순간을 담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도시 하나를 잠시 전세 낸 듯한 이 고요가, 어쩌면 두가가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짧은 문답
두가는 로마 유적인가요, 누미디아 유적인가요?
둘 다입니다. 로마 도시가 거의 통째로 남아 있으면서, 그 이전 누미디아 시대의 리비아·페니키아 영묘가 같은 언덕에 함께 서 있습니다. 두 시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두가의 깊이입니다.
다른 로마 유적과 무엇이 다른가요?
엘 젬이 ‘하나의 압도적 건조물’이라면, 두가는 ‘도시를 걷는’ 경험입니다. 개별 건물이 아니라 길·광장·집터를 포함한 도시 전체를 걷는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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