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꼭대기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바람이 맞습니다. 튀니스만에서 불어 온 바닷바람이 소나무를 흔들고, 그 너머로 하얀 도시와 푸른 물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이곳이 비르사. 카르타고라는 이름이 아직 살아 있던 시절, 도시의 심장이 뛰던 자리입니다. 지금은 조용한 언덕이지만, 발밑의 흙은 두 번이나 도시를 삼켰던 땅입니다.

이름 하나로 남은 도시

전승에 따르면 카르타고는 기원전 814년, 지중해를 누비던 항해 민족 페니키아인의 손으로 세워졌습니다. 바다를 무대로 삼은 이 도시는 곧 서지중해의 교역을 쥔 강국으로 자라났고, 그 힘은 결국 떠오르던 로마와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세 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 — ‘포에니’란 로마인이 페니키아계 카르타고를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그 마지막 전쟁 끝, 기원전 146년에 로마는 도시를 철저히 무너뜨립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파괴로부터 약 한 세기 뒤, 로마는 같은 자리에 새 도시를 세웠고, 카르타고는 아프리카 속주의 중심 — 로마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로 되살아납니다. 한 번은 적으로, 한 번은 주인으로. 같은 땅에 두 개의 카르타고가 겹쳐 쌓인 것입니다.

비르사 언덕에서 바라본 카르타고와 지중해
비르사 언덕 위 — 포에니의 성채가 있던 자리에서 바다를 향해.

발밑의 포에니, 머리 위의 로마

비르사가 특별한 것은 이 겹침을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덕 위에서는 포에니 시대의 주거 터가 발굴되어, 좁은 골목과 나란한 방들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사람이 걸어 다니고 물건을 사고팔던, 파괴되기 전의 일상이 돌의 선으로 남은 것이지요.

그 위로 눈을 들면 전혀 다른 시대가 서 있습니다. 언덕을 이고 선 것은 로마 재건 이후의 흔적, 그리고 19세기에 세워진 생루이 대성당과 지금의 카르타고 국립박물관입니다. 발밑에는 포에니, 머리 위에는 그 뒤의 시간들. 한 걸음 사이에 몇 세기가 접혀 있습니다.

무너지고 묻히고, 그 위에 다시 도시가 세워졌다. 비르사의 흙은 언제나 두 겹으로 이야기합니다.

언덕이 알려 주는 도시의 지도

비르사에 오르는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카르타고의 유적은 한 부지에 모여 있지 않고, 오늘날의 주택가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언덕 위에서 만 전체를 굽어보면 그 흩어진 조각들이 한눈에 정리됩니다. 저 아래 바닷가에는 로마 시대의 안토니누스 목욕탕이, 그 곁에는 원형으로 파인 포에니 군항의 터가 있습니다. 배들이 드나들던 인공 항구의 곡선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때 가장 선명하게 읽힙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흔히 비르사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도시의 전체 지형을 먼저 눈에 넣은 뒤, 그 풍경 속으로 걸어 내려가는 것입니다. 흩어진 유적 사이의 이동은 전용 차량으로 이어지니, 지도와 씨름하는 대신 돌과 바다에만 마음을 두면 됩니다.

세계가 함께 기억하는 자리

1979년, 카르타고 유적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튀니지의 다른 유산들도 함께 이름을 올렸지요. 한 도시가 문명의 충돌과 재생을 이토록 뚜렷하게 품고 있는 예는 드뭅니다. 비르사 언덕은 그 기억이 가장 압축되어 있는 정상입니다.

내려온 뒤에 남는 것

언덕을 내려와 바닷가 목욕탕의 거대한 지하 구조를 올려다보고, 마지막으로 곁 마을 시디 부 사이드의 파란 문 앞에 서면 하루가 저뭅니다. 지중해를 향한 카페에 앉아 방금 걸어 온 길을 되짚어 보면, 카르타고가 왜 ‘단 하나의 도시의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두 번 무너지고도 이름만은 지워지지 않은 도시 — 그 정상에 잠시 서 보는 일이, 이 여행의 가장 깊은 한 장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비르사 언덕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나요?

포에니 시대의 주거 터와 카르타고 국립박물관, 그리고 언덕 위의 생루이 대성당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튀니스만과 흩어진 유적을 한눈에 조망하는 자리로서 가치가 큽니다.

포에니 시대의 카르타고가 정말 남아 있나요?

기원전 146년의 파괴로 포에니 건물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비르사의 주거 터와 원형 군항 터 등에 페니키아인 도시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시디 부 사이드와 함께 볼 수 있나요?

네. 카르타고 바로 곁의 파랗고 하얀 마을로, 유적을 돌아본 뒤 이어서 찾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 연결은 여정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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