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적 한 채’가 아니라 ‘도시 한 채’를 걷습니다
대부분의 고대 유적에서 우리는 남은 건물 하나를 올려다보고 돌아섭니다. 두가는 다릅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이 하는 일은 관람이 아니라 산책입니다. 이천 년 전 누군가가 걸었던 돌길을 그대로 밟고, 그가 물건을 사던 시장 터를 지나, 그가 연극을 보던 극장 계단에 앉아 봅니다. 신전과 극장, 광장과 목욕탕, 심지어 여러 좌석이 나란한 공중화장실까지 — 로마의 한 도시가 거의 통째로 남아 있어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도시’로 꼽히는 곳이 두가입니다.
언덕을 오르는 동선, 그 자체가 경험
두가의 매력은 평지에 정돈된 유적이 아니라, 언덕 비탈에 얹힌 도시라는 데 있습니다. 걷다 보면 시야가 계속 바뀝니다. 골목을 돌면 코린트식 기둥 열이 불쑥 나타나고, 몇 걸음 오르면 발아래로 밀밭과 올리브밭의 골짜기가 열립니다. 추천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카피톨리움 신전 — 서기 166~167년 무렵에 세워져 최고신 유피테르·유노·미네르바 삼주신에게 바쳐진, 도시의 심장. 정면 기둥과 벽이 거의 온전해 두가를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 극장 — 서기 168~169년 무렵의 것으로 약 3,500명을 수용했습니다. 맨 윗줄 계단에 앉으면 무대 너머로 언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리비아·페니키아 영묘 — 로마가 오기 전 누미디아 시대의 기억. 기원전 2세기 무렵, 높이 약 21미터. 리비아 문자와 페니키아 문자를 병기한 비문으로 유명합니다.
- 시장·공중목욕탕·공중화장실·광장 — 도시의 ‘일상’이 남은 자리. 가장 소박한 곳까지 남아 있어 사실감이 다릅니다.
이곳만의 사치 — 붐비지 않는다
두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쩌면 조용함입니다. 이름난 유적치고 사람이 많지 않아, 카피톨리움 정면을 배경으로 아무도 없는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순간이 흔합니다. 개장 직후 이른 시간에 들어서면 언덕을 건너는 바람 소리와 발밑의 돌 밟는 소리만 남습니다. 도시 하나를 거의 전세 내어 걷는 셈입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명소를 이렇게 여유롭게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건물 하나가 아니라 도시 그 자체를 걸어 본다 — 그것이 두가가 주는 가장 큰 호사입니다.
걷기 편한 신발, 그리고 반나절의 여유
넓은 유적을 비탈을 따라 오르내리며 도는 만큼, 전체를 느긋하게 걸으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쯤 걸립니다. 포장되지 않은 오솔길과 고르지 않은 돌바닥이 많으니 운동화는 필수. 그늘이 적어 봄(3~5월)과 가을(10~11월)이 가장 쾌적하고, 여름 햇볕이 강한 날에는 모자와 겉옷을 챙기면 안심입니다.
엘 젬의 거대한 원형경기장이 ‘하나의 압도적 건조물’이라면, 두가는 ‘도시를 걷는’ 경험입니다. 발끝으로 이천 년 전의 하루를 따라 걷고 싶다면, 두가만 한 곳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