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아직 부드러울 때 언덕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발밑으로 튀니스만이 활처럼 휘어 펼쳐지고, 그 가장자리에 고대 도시의 흔적이 낮게 가로누워 있습니다. 카르타고를 제대로 만나는 방법은 지도 위 점 하나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 언덕에서 바다로 — 걸어 내려가며 두 문명의 층을 몸으로 밟아 보는 것입니다.
왜 ‘위에서 아래로’ 걷는가
카르타고의 유적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튀니스 근교 주택가 사이사이에 비르사 언덕, 안토니누스 목욕탕, 원형 군항 터가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먼저 도시의 가장 높은 지점인 비르사 언덕에 서서 전체의 지형을 눈에 넣은 뒤, 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바닷가 목욕탕으로 내려오면, 흩어진 돌들이 비로소 하나의 도시로 이어져 보입니다.
첫걸음 · 비르사 언덕에 서다
비르사는 포에니 시대의 성채가 있던 언덕입니다. 파괴되기 전 페니키아인의 도시가 마지막까지 버틴 자리이기도 하지요. 지금 언덕 위에는 카르타고 국립박물관과 생루이 대성당이 나란히 서서 도시를 굽어봅니다. 발굴된 주거 터의 좁은 골목 사이를 걷다 보면, 발밑에 포에니의 카르타고가, 그 위에 로마의 카르타고가 이중으로 겹쳐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게 다가옵니다.
여기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만(灣) 전체를 바라보는 시간을 아끼지 마세요. 이 조망이 오늘 하루의 지도가 되어 줍니다. 저 아래 바닷가 어디쯤에 목욕탕이 있는지, 어디에 항구가 있었는지를 눈으로 먼저 짚어 두는 것입니다.
내려가는 길 · 바다를 향해
언덕을 내려와 바다 쪽으로 향하면 공기의 냄새가 달라집니다. 마른 흙과 소나무 향에서 짠 바닷바람으로. 이 짧은 이동 구간은 전용 차량으로 이어 드리기 때문에, 지도를 들여다보며 길을 헤맬 일도, 뙤약볕 아래 오래 걸을 일도 없습니다. 흩어진 유적 사이의 거리는 저희가 채우고, 여러분은 유적과 풍경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마지막 · 안토니누스 목욕탕, 바닷가의 거인
바로 바다에 면한 자리에 로마 최대급의 목욕탕이 있습니다. 지상의 화려한 부분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지금 남은 것은 주로 지하 구조뿐인데, 그 지하만으로도 사람 키를 몇 배나 넘길 만큼 높습니다. 고개를 젖혀 아치를 올려다보면, 지상에 서 있던 본래 건물이 얼마나 거대했을지 저절로 가늠하게 됩니다. 등 뒤로는 튀니스만의 푸른 물이 찰랑이고, 앞으로는 로마의 돌기둥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 카르타고에서 가장 극적인 한 장면입니다.
언덕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바닷가에서 도시를 올려다본다. 카르타고는 두 개의 시선으로 완성됩니다.
하루의 마무리 · 시디 부 사이드로
고대의 돌 사이를 걸은 뒤에는 바로 곁의 파랗고 하얀 마을, 시디 부 사이드로 이어집니다. 이 연결도 여정에 포함되어 있어 따로 길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 카페에 앉아 민트티 한 잔을 앞에 두면, 방금 걸어 온 고대 도시의 잔상과 눈앞의 바다가 하나로 겹칩니다. 유적과 리조트, 기원전과 오늘을 한 번의 나들이에 담는 카르타고다운 마무리입니다.

